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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츠 어흥/임신기록

조리원 4일차 / 조리원 조기퇴소 / 산후우울증

by 윤꽁이 2022. 3. 31.

코로나 때문인지 생각보다 엄청 적막했던 조리원은 더더욱 싫었다.

 

첫날 입소하고 나서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수유시간에도 잘 하지 못해서 너무 우울해졌다. 결국 밤에 집에 가고 싶어서 엄청 울었다..ㅠ

하루 만에 집에 가도 되나 싶어서 인터넷에 조리원 조기퇴소만 몇 번을 검색했는지.. 거의 대부분 후회한다고 꼭 오래 있다오라고 했다.

아기 케어하는 걸 배워야 할 거 같아서 조금이라도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가림막 없이 작은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같이 수유하는 것도 너무 민망하고 힘들었다. 그리고 최근 조리원 이슈로 꽉 찬 14명의 아기들과 간호사분들은 2분뿐이어서 그런지 수유를 제대로 봐주시는 것도 안됐다.

아기도 처음이고 나도 처음이라 잘 하지 못한다는건 알고는 있지만 오픈된 공간에서 다른 산모분들도 보게 되니 계속해서 다른 산모분들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건 내 성격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아기가 너무 예뻐서 보러 가는 건 좋았고 모자 동실 시간도 엄청 기다려졌다.

 

 

 

분만 후 50시간 뒤 유축

입소하고 새벽에 유축을 해봤는데 몇 방울 안 나왔다..ㅠㅠ

안 그래도 엄마가 자꾸 자기 닮아서 젖 안 나올 거라고 해서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2일

어지러움이 너무 심해져서 반나절 정도 수유를 하러 안 갔더니 너무 편했다. 분만 후 쓰러지고 나서부터 조금이라도 어지러우면 조심하게 됐다.

수유콜이 와서 분유를 먹여달라고 했더니 어디 몸이 안 좋으냐면서 물어보셨다. 어지러움 + 그냥 쉬고 싶었는데.. 조리원이 쉬러 오는 곳이 아닌가.. 매번 수유콜이 와서 밥 먹다가도 전화받으러 가야 했다ㅠ 수유만 하는 걸로 만족해야 하는 건가..

 

남편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쉬라는데 오후 모자 동실 시간에 아기를 보니 너무 미안해서 다시 수유하러 가기로 했다. 아직은 어지러운 게 있어서 수유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셨지만 반나절 동안 안 물려서 모유가 안 나올줄 알았는데 양이 늘어서 더 모유수유가 하고 싶어졌다ㅋ 모유 촉진차랑 수유부 두유를 주문했다.

 

역시나 밤에 너무 우울해져서 또 울었다. 방에 혼자 있는 것도 너무 싫고 무서웠다. 티비도 켜놓고 것도 다른 방에 피해 갈까 봐 소리도 작게 해놓고 불도 켜놓고 한참을 뒤척이다가 잘 수 있었다.

 

 

 

 

3일

조리원이 너무 조용해서 통화하기가 눈치 보였는데 남편도 아기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영상통화를 했다. 아기 이름도 확정.

다음날 산후 검사랑 신생아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야 되는데 오래 보고 싶은지 일찍 나와서 집에서 좀 있다 가자고 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오래 외출이 안 될 거 같은데.. 오가는 사이에 집에 있으니 영양제랑 이것저것 챙길 겸 살짝 들리기로 했다.

 

첫날에는 호르몬 때문에 그런 건지 이제 살짝 적응이 된 건지 나름대로 조리원 생활이 괜찮아졌다. 수유콜도 새벽에는 쉬고 세 시간 정도 간격으로 한 번씩 가면 되니까... 그나마 괜찮았다.

 

모유 양이 늘어나는 게 보이니까 계속 물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아기가 잘 못 문다ㅠㅠ 젖병이 먹기 편해서 그런가 젖병은 잘 물면서 젖은 잘 안 물려고 해서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가 받고 수유시간이 조금씩 싫어지고 있다.

남편은 내 몸 생각해서 분유 먹이자고 하는데 내 마음은...ㅠ

 

유축하는 모유 양이 점점 늘어 40ml까지 나왔다. 

 

 

 

 

4일

산후 검사와 신생아 검사를 받으러 외출을 했다. 조리원에서 보온병과 젖병을 챙겨주셔서 가지고 갔다. 사람이 많아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임신했을 때도 원장님이 우울증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이번에도 역시 우울증 얘기를 하셨다. 전에도 우울증이 있었으니 지금도 남편이 잘 봐줘야 한다면서.. 이것저것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괜히 눈물이 찔끔 났다.

 

남편이 자꾸 집에서 점심 먹고 가자는데 나는 조리원 눈치 보이고.. 짜피 영양제랑 보호대 가지러 갈 거니까 대충 빨리 먹고 가기로 했다.

 

집에 와서 남편이랑도 있고 고양이도 보고 아기 침대.. 우리 방 등등.. 집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남편한테 집에 너무 오고 싶다고 조리원에 들어가기 싫다고 엄청 울었다.

남편도 내 성격상 안 맞을 거 같았다면서 그래도 나중에 조리원도 안보 내줬다고 뭐라 할까봐 보내놨더니 금방 나온다고.. 조금만 더 버티면 적응할 거라고는 하는데 정말 너무 엄청 조리원 생활이 안 맞았다. 남편과 대화 후 조기퇴소를 하기로 결정하고 조리원으로 다시 가는 내내 고민을 많이 했다. 조금 더 버틸까 그냥 조기퇴소할까 고민하면서도 엄청 울었다ㅠㅠ

 

미리 조기퇴소하겠다고 연락을 드린 후 조리원에 도착해서 퇴소를 했다. 내가 너무 적응도 못해서 아기도 고생하는 거 같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조리원에서 퇴소 절차 설명을 해주시는데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고 눈물만 계속 났다. 간호사분께서 내가 너무 우니까 간호사실?로 이동해서 담요랑 따뜻한 물도 주시면서 설명을 해주셨다ㅠㅠ 아직 제대도 붙어있어서 소독하는 법도 알려주시고 목욕시키는 건 코로나 때문에 교육을 안 하고 있어서 못 배웠는데 프린트를 해주셨다.

만실이라 조기퇴소자를 받는다고 해서 그런가 위약금 없이 4일 치만 결제하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산후도우미 신청한 걸 앞당겨서 다음날부터 오시기로 했다.

쿠팡으로 급하게 수유 시트랑 유축기도 구매를 했다. 이틀 정도 유축을 못 할 텐데 괜찮을련지..

 

못난 엄마 때문에 우리 아가는 생후 5일 만에 3시간가량을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ㅠ

 

 


 

 

 

자리가 없어서 다시 들어갈 수도 없고 후회를 할까 너무 걱정이었는데 전혀 후회도 안 하고 더 일찍 나오질 못한 걸 너무 후회했다!

집에 와서 역시 제대로 쉬지는 못하고 바로 집안일을 해야 했지만 그냥 집에서 남편하고 같이 있는 게 너무 행복하고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청소로 푸는 나에게는 집안일하는 게 너무 좋았고 다른 생각도 안 들고 깨끗해지는 집을 보면서 더더 안정을 찾았다.

 

아기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생각보다 케어할게 별로 없었고 편했다.

퉁퉁 부었던 손발도 얼마 안 지나서 붓기도 싹 빠지고 유축기가 이틀 뒤에 와서 그때부터 유축을 나름 꾸준히? 했는데 양이 잘 늘어서 완모로 갔다:)

 

조리원에서 유축기 깔때기, 젖병, 좌욕기 등등 다 공용으로 사용을 하고 있어서 찝찝했었는데 집에 와서 새걸 쓰니 너무너무 좋았다ㅋ

가끔 조리원 얘기가 나오면 나는 울컥해서 눈물을 잔뜩 쏟았다. 누가 보면 조리원에서 무슨 일 있은줄...ㅋ

조리원 생활 너무 외롭고 힘들고 우울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