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츠 어흥/임신기록

39주 5일 / 초산 자연분만 출산후기 / 제주서해산부인과

by 윤꽁이 2022. 3. 30.

벌써 출산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너무너무 힘들었다.......ㅠㅠ
조리원에 들어갔는데 너무 안 맞아서 4일 만에 조기퇴소를 하고 산후 도우미도 안 맞아서 4일 만에 교체를 했는데 집이 외곽이라 올 수 있는 분이 당장은 안 계신다고 해서 2주 만에 오셨다.
그래서 이제야 작성하는 출산 기록.


가진통과 이슬비침

37주부터 약한 생리통 같은 가진통이 계속 있었다. 아기는 아직 배 쪽을 향하고 있어서 나올 자세가 아니랬다.
이틀 정도 하루 한 번 투명한 점액 분비물이 나오고 밤에 임신 초기 때처럼 속이 굉장히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냥 분비물인가 싶었는데 3일째에 살짝 갈색이 섞인 투명한 점액 분비물이 나와 찾아보니 이슬인 거 같았다. 저녁에 한 번 더 나왔는데 갈색이 아니길래 이슬이 아닌가 긴가민가했다.


-다음날 39주 4일 정기검진

손으로 얼굴 가리기!

정기검진으로 병원에 가서 물어보니 피가 섞여 나와야 된다고 했다. 초음파검사에서도 아직도 아기가 배를 보고 있어 나올 자세도 아니고 저번 정기검진 때랑 똑같이 며칠간은 진통이 없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예정일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출산 후 못 먹을 베라 가서 체리쥬빌레도 사고 마트 가서 장도 신나게 보고 왔다.

저녁에 살짝 핑크빛이 도는 분비물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아직 아기가 나올 자세가 아니라고 했는데...
이슬이 비치면 보통 2~3일 내로 진통이 온다고 했으니 예정일쯤 낳겠구나 싶었다.


진통시작
순산해요 어플

새벽 3시쯤 분비물이 울컥 나오는 느낌과 배가 살살 아파서 깼다. 그 후로 조금씩 분비물이 나오는 느낌과 진통으로 제대로 못 자고 계속 깼다. 아침에 뭔가 이상해서 진통 주기를 한 시간 정도 기록했는데 7~8분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진통이 오고 있었다.

초산은 보통 진통 주기가 5분 이내이면 병원에 간다던데 7분이기도 하고 전날 병원에서 아기가 나올 거라는 말을 못 들어서 병원에 전화해 보니 진료를 보러 오라고 했다. 급하게 샤워를 하고 나머지 짐들도 조금씩 챙겨두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으로 가면서 어제 체리쥬빌레를 먹기 잘했다며 얘기를 했다ㅋㅋㅋ

-오전 9시 30분

병원에 도착 후 처음으로 내진을 했는데 2cm가 열렸다고 했다. 네...? 어제 아직 아기 안 나올 거라면서요.. 아직 마음의 준비 안됐는데...
다들 공포의 내진이라고 했는데 아직 많이 진행이 안되어서 그런가 내진이 아프진 않았다.

실감이 안남ㅋ

진통이 주기적이지만 많이 아프지 않아서 다시 집에 갔다 올 줄 알고 짐들을 안 갖고 왔는데 바로 입원 절차를 밟았다.
복도에서 신속 항원 검사를 했다. 코찡-

결국 분만대기실에서 대기하고 남편 혼자 집 가서 짐도 갖고 오고 전날 장 봐온 건 다 시댁으로 내려보냈다ㅋㅋㅋ


유도분만 촉진제 / 무통주사

-오후 12시

2cm에서 진행이 되지가 않아서 점심 먹고 촉진제를 써보자고 하셨다. 점심 먹기 전 무통주사 시술을 먼저 해놓고 병실로 가서 밥을 먹었다.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런가 병원밥이 뭐 그렇게 맛있는지.. 싹싹 긁어먹었다.

그리고 남편이랑 같이 제대혈 상담을 받고 양가 모두 가족력이 있어서 30년짜리로 하기로 했다. 30년 뒤에는 어흥이 알아서 연장하라고ㅋㅋ
이때부터 통증이 조금씩 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분만대기실. 촉진제 투여

-오후 3시

내진으로 3cm가 열렸다고 했다. 3cm인데도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참으려고 했는데 너무 아파서 무통주사를 놔달라고 했다ㅠㅠ
간호사분께서 나중에 힘들 수 있다고 그래도 지금 맞겠냐고 물으셨지만 너무 아파서 놔달라고 했다. 무통주사를 맞으면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고 분만실에 가서 맞기로 하고 이동하는데 중간에 진통이 와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ㅠ

-오후 3시 30분

무통주사는 천국이었다. 배뭉침도 안 느껴져서 진통주기 기록을 멈췄다.

어흥이가 태어나면 누울 곳이구나!

살만해지니 핸드폰도 하고 졸기도 하고.. 다시 언제 아파질지 모르는 두려움과 중간중간 내진 때문에 편하게 잘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잘걸 그랬다ㅠㅠ 생각보다 진행이 느려서 너무 피곤했다.

분만하다 토할 수도 있다고 해서 저녁은 안 먹기로 했다. 대신 남편이 초콜릿과 간식을 조금 사 와서 먹었다.

-오후 5시

촉진제를 너무 쓰면 아기가 힘들어한다고 멈췄다.

중간중간 내진할 때마다 힘줘보라고 하셨는데 무통주사 때문에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제대로 힘을 못 줬다. 가시고 나서 혼자 힘주는 연습을 해보려고 했는데 양수가 펑 하고 터져서 엄청 당황스러웠다ㅋ

그리고 생각보다 무통주사가 엄청 잘 받아서 6시간이나 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보통은 2~3시간 정도라고..


-오후 9시 30분

진행이 느려서 다시 촉진제를 조금만 더 쓰기로 했다. 무통이 끝나서 조금씩 진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응가가 마려운 느낌이 들면 말하라고 하셨다. 후기 진통은 골반 쪽에서 느껴져서 그런지 초기에 느꼈던 진통보다 참을 만했다. 긴가민가해서 응가 마려운 진통을 3번 정도 느끼고 호출해서 힘주기를 시작했다.
다들 유튜브로 연습하고 간다던데 나는 하나도 안 봤지만 간호사분들이 진통 때마다 옆에서 알려주셔서 열심히 잘 힘을 줬다.
진통이 시작되면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호흡 2번 후 코로 숨을 다시 들이마시고 응가 싸듯 5초 힘주고 입으로 내쉬는 힘주기 2번. 진통이 남아있으면 한 번 더 힘주기를 하는 식으로 반복했다.

아기 머리가 거의 다 나올 때쯤인가 원장님이 오셨는데 진통이 오면 아파서 힘을 줄 수밖에 없는데 호흡만 하라고 했을 때 너무 힘들었다. 너무 아파서 힘을 안 주고 호흡만 할 수가 없었다ㅠㅠ

그렇게 원장님 오시고 다시 힘주기를 열심히 했다. 머리 빠질 때 어깨 빠질 때가 역시 제일 아프고 힘들었다.


그리고 오후 10시 7분 3.0kg으로 어흥이가 태어났다.

나도 어흥이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얼굴이 보라빛이라서 살아있는 거 맞나 싶었는데 응애응애 잘 울었다. 그대로 가슴 위에 안겨주시고 남편이 탯줄을 잘랐다. 아기를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너무 예쁘다..
그리고 난 회음부 절개하는 거랑 후처치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다... 움찔움찔


병실로 돌아와 영양수액을 추가로 맞았다. 10만원 !


-출산 후 빈혈

2시간 뒤부터 물을 마실 수 있고 4시간 안에 소변을 봐야 된다고 했다. 그동안 잠이 들었고 남편이 소변을 봐야 된다면서 깨워서 같이 화장실에 갔다. 가는 동안 괜찮았는데 화장실에서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서 변기에 살짝 앉으려는 순간부터 기억이 끊겼다.
눈을 떠보니 간호사분들이 와 계시고 남편이 울면서 나를 안고 침대에 눕히고 있었다. 혈압 재고 산소포화도 재고.. 간호사 세 분이서 나를 깨우고 이것저것 하고 계셨다.
원장님도 오셨는데 다행히 정신도 말짱하고 몸도 괜찮아서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고만 하셨다. 결국 소변도 소변줄로 빼내고 마려우면 호출해달라고 하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갑자기 쓰러져서 사시처럼 초점도 이상하고 얼굴도 창백해져서 숨도 안 쉬었다고 했다. 죽는 줄 알았다고 나를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엄청 소리를 질러서 옆 호실에서 호출을 해주신 거 같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은 계속 내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며 다음날에도 엄청 울었다...ㅎ
퇴원하기 전까지 화장실도 좌욕실도 남편하고 같이 가고 샴푸대에서 머리도 감겨줬다. 좋구먼:)

-모자동실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모자 동실 시간이 있다. 나오진 않지만 젖도 한번 물려보고ㅋ 분유도 먹이고 트림도 시키고.. 돌려보내면 너무 보고싶었다ㅠㅠ




2박만 지낼 거라 그냥 1인실로 했는데 새로 리뉴얼된 1인실이 아니라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특실이나 스위트룸으로 할 걸..ㅠㅠ
그래도 밤늦게 낳아서 병실에 얼마 못 있어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중. 제왕절개였으면 특실로 했을 듯!

병원비는 63만원 정도 나왔다.


출산선물로 배냇저고리, 속싸개, 그린맘 젖병, 초점 사운드북을 받았다. 마침 살까 말까 했던 초점책을 받아서 좋았다:D